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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술 유출의 충격: 삼성 18나노 DRAM 핵심 기술, 중국 CXMT로 넘어갔다

검찰, 전직 삼성 임원 등 10명 기소. 한국 반도체 신화의 주역이었던 18나노 공정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된 정황과 그 파장을 심층 분석합니다.

kang-ji-won
에디터
2025년 12월 26일

한국 반도체 산업의 ‘초격차’ 전략이 내부자에 의해 심각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는 12월 26일, 삼성전자의 18나노급(nm) DRAM 공정 기술을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창신메모리(CXMT)로 유출한 혐의로 전직 삼성전자 임원 A씨를 구속 기소하고, 관련 연구원 등 총 10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이직이나 정보 유출을 넘어, 한국이 수십 년간 쌓아온 국가 핵심 기술이 통째로 경쟁국에 넘어간 사례라는 점에서 산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사건의 전말: 기술은 어떻게 넘어갔나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건의 중심에 있는 A씨는 삼성전자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며 반도체 기술 개발의 핵심 역할을 담당했던 임원 출신입니다. 그는 삼성전자 퇴직 후 중국으로 건너가 CXMT의 ‘제2세대 개발팀’ 리더를 맡았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혼자 이동한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의 핵심 수석 연구원 출신인 B씨와 C씨 등 다수의 기술 인력을 대거 포섭하여 이직했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삼성전자가 2016년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했던 ‘18나노급 DRAM’ 공정 기술 데이터를 무단으로 유출하여 CXMT의 공정 셋업에 활용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18나노 DRAM은 당시 삼성전자가 1조 6천억 원 이상의 막대한 R&D 비용을 투입해 완성한 기술로, 한국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게 해준 ‘게임 체인저’ 기술 중 하나였습니다.

치밀했던 유출 수법과 조직적 범행

이들의 유출 수법은 매우 조직적이고 치밀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CXMT로부터 연봉 20억 원과 별도의 주거 지원, 가족들의 이주 비용까지 포함된 파격적인 대우를 약속받았습니다. 그 대가로 요구된 것은 삼성의 ‘공정 레시피’였습니다.

반도체 8대 공정 중 핵심인 포토(Photo), 식각(Etch), 증착(Deposition) 공정의 구체적인 레시피(Recipe)와 온도, 압력, 가스 유량 등 세부 파라미터 값이 포함된 공정 수율 데이터가 넘어간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단순히 설계도만 가져간 것이 아니라, 수만 번의 테스트를 통해 최적화된 ‘값’들을 통째로 넘긴 것입니다. 이는 요리로 치면 조리법뿐만 아니라, 불의 세기와 소금의 양까지 정확히 적힌 비법 노트를 넘긴 것과 같습니다.

CXMT는 설립 초기 기술적 난관에 부딪혔으나, A씨 등이 합류한 직후 기술 개발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졌습니다. 실제로 CXMT는 이들이 합류한 지 불과 수년 만에 10나노급 DRAM 양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는데, 검찰은 이 ‘초고속 성장’의 배경에 훔친 삼성의 기술이 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유출된 기술의 가치: 왜 18나노인가?

이번에 유출된 18나노급 DRAM 기술은 단순히 ‘오래된 기술’로 치부할 수 없습니다. 비록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0나노급 5세대(1b), 6세대(1c) 등 더 미세한 공정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18나노 공정은 여전히 시장의 허리를 담당하는 핵심 기술입니다.

레거시(Legacy) 시장의 ‘Sweet Spot’

18나노 공정은 서버, PC, 가전, 그리고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IoT 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범용 제품의 주력 공정입니다. 최첨단 공정보다 수율이 안정적이고 원가 경쟁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물량 면에서는 여전히 막대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유출로 인한 피해액을 단순히 개발비 1조 6천억 원으로 산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중국 기업이 이 기술을 바탕으로 수율을 안정화하고 저가 공세를 펼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고 있던 중저가형 범용 메모리 시장의 점유율이 급격히 하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과 업계 추산에 따르면, 향후 예상되는 매출 손실과 기술 격차 축소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최소 5조 원에서 최대 수십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술 격차를 1년 벌리기 위해 수조 원을 쏟아붓는데, 기술 유출은 그 시간을 단숨에 0으로 만들어버린다”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긴장과 중국의 ‘반도체 굴기’

이번 사건은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발생해 더욱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미국은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등을 통해 중국의 첨단 반도체 개발을 억제하려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인력을 통한 기술 유출이 발생할 경우, 장비 통제의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CXMT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기업으로, 소위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이들이 훔친 기술로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주장하며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경우, 한국 기업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해야 합니다. 특히 AI 반도체 붐으로 인해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 첨단 제품에 집중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허를 찌르는 ‘범용 제품 저가 공세’는 수익성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인재를 빼가고 기술을 습득하는 것을 ‘애국’으로 포장하기도 합니다. 개별 기업이 막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 이종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가상 인용)

허술한 법적 보호망과 향후 과제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의 산업기술 유출 방지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현행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은 기술 유출 사범에 대해 처벌을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법원에서의 양형 기준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처벌의 실효성 논란

과거 판례를 보면 ‘초범이다’, ‘반성하고 있다’, ‘실질적인 피해액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사례가 빈번했습니다. 이는 기술 유출을 시도하는 이들에게 “걸려도 남는 장사”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다행히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결정했지만, 여전히 예방 차원에서는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1.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기술 유출로 얻은 이익의 3배가 아닌, 10배, 20배를 배상하게 하는 강력한 제도가 필요합니다.
  2. 전직 금지 가처분의 실효성 강화: 핵심 인력이 경쟁사로 이직할 때 이를 막을 수 있는 법적 구속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3. 전문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 무엇보다 우리 기술자들이 조국을 등지지 않도록, 그에 합당한 대우와 자부심을 심어주는 문화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검찰의 강력한 의지 표명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브리핑을 통해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국가 핵심 기술 유출은 단순한 경제 사범이 아니라,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매국 행위입니다. 검찰은 앞으로 기술 유출 사범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범죄 수익을 끝까지 추적하여 환수할 것입니다. 또한, 해외로 도피한 공범들에 대해서도 인터폴 적색수배 등을 통해 끝까지 송환하여 법의 심판대에 세우겠습니다.”

맺음말: 기술 안보가 곧 국가 안보

반도체는 이제 단순한 산업 부품이 아니라 국가의 생존을 결정짓는 ‘전략 자산’입니다. 기술 격차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지만, 유출은 한순간에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번 CXMT 기술 유출 사건은 우리에게 뼈아픈 교훈을 남겼습니다.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큼이나, 그것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합니다.

정부, 기업, 그리고 법조계가 합심하여 제2, 제3의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철통같은 방어 체계를 구축해야 할 시점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술을 노리는 검은 손길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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